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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사설

미래사회에서 태권도가 가야할 방향

미래 사회는 하루를 미디어로 시작해 미디어로 끝이 난다. 이미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로 유튜브를 꼽을 수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각자가 흥미있어 할 만한 영상의 목록이 펼쳐져 있다. 모두 우리가 시청했던 영상이거나 좋아요를 눌렀던 영상을 바탕으로 어떤 영상에 관심이 있을지를 사용자 개개인의 성향에 맞추어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점점 더 정확해져서 사용자가 특정 영상을 얼마나 보았는지, 몇 퍼센트 보았는지, ‘좋아요를 누른 시점은 언제인지, 덧글은 달았는지, 덧글에 머문 시기는 얼마인지, 심지어 어떤 부분을 반복적으로 보았는지, 어떤 장면이 나올 때 영상을 껐는지까지 기억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알고리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판단력은 그 날의 기분이나 날씨, 판단을 내리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에 따라 영향이 크다. 인간은 자주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것을 우리는 실수라고 한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 날의 날씨나 기분, 온도, 습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이 정확한 판단을 한다. 이미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

 

이것을 초미래 사회의 태권도에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승품심사를 코앞에 둔 수련생이 있다. 이 수련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지도자는 어떤 부분이 약한지를 파악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반복연습을 실시한다. 하지만 수련생의 평소 모습을 알고리즘화 했다고 하면 좀 더 쉽게 연습할 수 있다.수련생이 어떤 품새를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자주 틀리는지, 어떤 동작에서 멈추는지, 손과 발의 스피드를 측정하여 발차기 높이와 힘의 강도는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손쉽게 나타내 준다. 그런 시대에 도래한다면 지도자의 역할을 무엇일까?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알고리즘을 입력하고 분석하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 태권도장이 관원의 차량운행과 옷 갈아입히기를 하며 탁아소라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이 본질이 흐려지는 시대가 다시 한 번 찾아올 수 있다.

 

옥스퍼드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33년까지 미국에 있는 47퍼센트의 일자리가 알고리즘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앞서 예와 같이 알고리즘을 입력한 수련생이 컨디션과 기분이 좋아서 품새가 만족할 만큼 잘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자신의 품새를 보고 본인과 지도자가 만족했어도 알고리즘이 분석을 통해 미흡한 품새라고 한다면 자신의 컨디션과 기분에 상관없이 그 품새는 미흡한 품새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보다 알고리즘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승품심사나 대회는 알고리즘이 대신해주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덕분에 알고리즘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이 발생한다. 컨디션 조절, 격려와 같이 인간만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을 지도자가 해야 할 것이다. 관원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반대로 긴장감을 유지시켜 줄 수도 있으며 불안함을 달래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지도자가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장은 겨루기, 품새와 같은 태권도만을 지도하는 곳이 아니다. 언행이나 사회성과 같이 태권도 5대 정신처럼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의 정신은 글로써 배우는 것이 아니다. 먼 미래사회에서도 태권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초미래 사회에서는 지금보다 더 미디어에 영향을 받는 시대가 찾아온다. 어쩌면 미디어에 의존한 삶을 살아간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보다 나를 더 정확히 판단해주는 알고리즘을 통해 대화가 줄어드는 시대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s)를 통해 상대방이 어디에 좋아요를 했는지 확인만 한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질문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찾아오는 것이다. 대화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사회성이 부족해지게 된다. 문자와 같은 텍스트를 입력하는 사회성은 향상되어가지만 정작 사람과의 만남을 통한 사회성은 점점 부족해지는 것이다. 지금껏 자연스레 익히게 된 사회성을 초미래 사회에는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러한 학습단계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곳이 바로 태권도장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가의 이데올로기인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태권도장이야말로 사회성함양의 상아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띠 체계에 따른 상하관계를 통해 높은 띠는 낮은 띠에게 예를 갖추고 낮은 띠는 높은 띠를 존중하며 단체 생활을 통한 협동심과 구성원간의 동질감을 통해 서로 성장하며 언어를 비롯한 사고방식과 생활습관, 도덕적 규범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태권도장이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은 다양한 잠재적인 성향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의 적절한 교류를 하지 않으면 타고난 사회적 성향도 잠재된 채로 살거나 소멸하고 만다. 이러한 사회성을 길러주는 태권도장이 초미래 사회에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