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왕 이행웅의 일대기를 보고
모 브랜드 오지 탐사대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뜨거운 경쟁을 통해 최종 합격한 80명만이 탐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탐험을 좋아하거나 젊을 때 사서 고생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오지 탐사대는 굉장히 뜻깊은 행사이다. 오지 탐사대를 통해 자신감과 도전정신 등을 향상할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취지이다.
이러한 좋은 행사에 대부분이 스펙을 쌓기 위해 참여한다. 탐험을 좋아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이 즐기다 보니 쌓이는 것이 오지 탐사대 수료증이라는 스펙이다. 스펙은 쌓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남들이 해 보지 못한 경험과 무수한 자격증을 숨 쉴 틈 없이 써 내려간다. 자기 자신의 능력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한 줄이라도 더 써 내려간다. 바로 자기소개서 이야기다. 스펙을 쌓는 이유가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자기소개서를 당당하게 쓰기 위함인지 알 수 없다. 스펙은 단지 자신이 목표한 직업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펙을 쌓는 일을 목표로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오늘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신의 꿈도 모른 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이곳저곳에 제출한다. 스펙과 자기소개서가 이해웅 씨의 이야기와 무슨 연관이 있기에 이렇게 계속 언급한 것일까?
나이를 부를 때 받침에 ㄴ(니은)이 들어가는 서른, 마흔이 되면 모든 일에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반면, ㄹ(리을)이 들어가는 열, 스물의 나이에는 어떠한 실패도 용서가 되고 경험이라 해준다. 스물여섯의 지금, 도전이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스펙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내 스펙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젊은 나이에 해야 하는 일일까?
이러한 의문에 이행웅씨를 분석한 MBC 성공시대의 <태권왕 이행웅 > 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좋아하는 것에 승부를 건다.'이다. 좋아한다면 도전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스펙은 쌓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통해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다. 이행웅씨는 미국 이민이 거의 없었던 1960년대에 한국 정통 무술을 가르치기 위해 비행 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도전은 미국에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태권도를 보급하고 미국 태권도 협회 (ATA)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무도적 측면을 강조하여 엄격하게 지도하고 근엄한 행사도 했다. 특히 영상에서 본 승단 심사와 수여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 들었다. 또한 어린아이와 노인은 물론이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까지도 함께 승단심사에 참여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현재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과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일반 관원에 비해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선 도장에서 꺼려 하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도 깊게 생 각하고 고민했다.
끝내 만들어 낸 것이 ATA만의 송암품새다. 영상에서 자세히 언급하거나 동작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뜻은 분명히 전달 되었다. 또한 이행웅 씨는 프랜차이즈 태권도로 자칫 상업성이 강조될 수 있는 문제를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극복하여 태권도의 얼을 보급시키게 된다. 무도인은 가난하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이행웅씨의 상업적 태권도 보급은 국내에서는 큰 힘을 받지 못한다. 물론 내면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이유도 한몫 단단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행웅씨의 업적은 국내 태권도가 배워야 할 정도로 실로 대단하다. 그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일이 아니다. 끼니도 거른 채 행사에 임하는 이행웅씨의 모습은 현대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ATA창성에서부터 세계정통태권도연합창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스펙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바로 열정, 도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잊고 있는 스펙이다. 이러저리 치이며 사는 젊은 사회초년생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너무 오래 품고 있어서 까먹고 있는 스펙이다. 열정이야 말로 이행웅시의 일대기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단어일 것이다. 열정이야 말로 젊은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스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