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겨루기와 품새의 공통점과 차이점
태권도 겨루기와 품새의 공통점
역사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신체활동이 하나의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엮인 것이 아니다. 겨루기는 대적적 상황에서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행동을 목표로 행동한다면 품새의 경우 보이지않는 가상의 적을 상대로 스스로 겨루며 수련할 수 있게 ‘형’을 만든 것이다.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 도상곤 원로는 품새와 겨루기의 같은 점(공통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대가 없을 경우 혼자서 가상의 적과 연습하며 겨루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다양한 방향에서의 적을 맞이하는 훈련을 품새에서 하게 된다. 어쩌면 품새는 겨루기를 더 잘 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할 수 있지만 품새와 겨루기의 공통된 목표는 나 자신과 그 주변의 위협 또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며 나를 공격하는 대상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예를 중요시하는 태권도를 지도하는 지도진은 관원들에게 겨루기 시 공격만을 강조하기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먼저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권도 겨루기와 품새의 차이점
사례적 비교분석을 통한 태권도의 겨루기와 품새의 차이점은 다음 세 가지와 같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무도적 관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품새는 태극과 더불어 음양오행, 그리고 자연을 품고 있는 태권도 정신을 담아 과학에 기초한 다양한 기술을 지도자없이 스스로 연마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하나의 ‘형’이다. 반면 겨루기는 음양오행이나 자연을 표현하는 동작보다는 유교적 관점만을 내포하고 있다. 예전 겨루기에서는 촌지방식의 겨루기를 시행하였는데 이것은 오늘날 약속겨루기 형태로 겨루기 시 공격이 목표지점에 닿기 전에 멈춰주는 것이다. 부상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교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경기 전, 후에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스포츠적 관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겨루기는 입식타격, 품새는 시연을 통해 평가받는다. 또한 채점방식에서 겨루기는 점수가 더해지는 방식, 품새는 점수가 감점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겨루기는 완벽한 동작이 아니어도 힘의 강약에 의해 센서가 자동으로 점수가 입력된다. 반면 품새는 동작의 시작과 끝은 물론 예술적인 부분도 점수에 포함된다.
셋째, 공격과 방어 동작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먼저 겨루기를 살펴보면 최종 공격지점이 호구와 헤드기어이기 때문에 측면에서 오는 돌려차기가 가장 효과적이며 제기차기와 같은 변형된 발차기가 나타난다. 겨루기의 방어기술로는 내려막기와 얼굴 옆막기가 주로 쓰이는데 사실상 정확한 동작이라 할 수 없고 상대방의 발 궤적을 막아 호구와 헤드기어를 대신해 맞는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품새는 공격과 방어가 신체 중심선에 가장 많이 위치한 급소를 방어, 공격하는 동작이 주를 이룬다. 발차기 공격은 7.35%(유단자 품새)만이 존재하므로 대부분의 발동작은 서기를 통해서 구사하게 된다.
이로써 태권도의 겨루기와 품새의 차이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의 경우 서로 다른 스포츠라고 인식될 정도로 경기방식과 룰이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심지어 각 태권도장마다 품새태권도장, 겨루기태권도장, 시범태권도장로 구분되기도 한다. 각 도장마다 태권도의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품새와 겨루기, 격파를 모두 진행하는 종합 대회가 있다. 한명의 선수가 품새와 겨루기, 격파를 하고 점수를 받아 최종 1위를 선발하는 대회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회가 점차 활발하게 개최되어야 태권도안에서 관원들이 느끼는 ‘겨루기와 품새는 다르다’는 인식이 줄어들지 않을까. 각 도장의 타이틀이 더 이상 품새태권도장, 겨루기태권도장, 시범태권도장이 아닌 그저 태권도 잘하는 태권도장이 되어야 한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디에나 있는 자, 아무데도 없다(Nusquam est qui ubique est)"는 말을 썼다. 품새, 겨루기, 격파, 시범, 태권체조 등 다양한 형태로 태권도가 존재하는데 진정한 태권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